봄바람 부는 픽업트럭 시장…SUV 경쟁자로 승승장구할까
경제·산업
입력 2025-03-29 08:00:09
수정 2025-03-29 08:00:09
진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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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초 도로망확장·자영업자 증가로 픽업트럭 수요 증가
1976년 현대차 포니·2002년 쌍용 무쏘 출시…선두주자
2010년 후반부터 내리막세…SUV·미니벤으로 인기 옮겨가
프리미엄 레저 열풍·최신 트렌드 변화와 함께 다시 부흥
화물차 분류 시 세제혜택…개별소비세 면제·취득세 5%
전문가 “픽업트럭 인기 2·3년간 꾸준히 지속될 것”

[서울경제TV=진민현 인턴기자] 기아, KGM 등 완성차 업체들이 픽업트럭을 속속 출시하면서, 10년 넘게 주춤거리던 픽업트럭 시장에 봄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픽업트럭은 적재함 덮개가 없고 측면이 차체와 일체화 돼있어 휠하우스가 적재함 영역에 걸쳐지고 적재함을 열 수 있는 플랩이 후면에만 있는 트럭 차량이다.
미국, 호주와 같이 국토가 넓고 사람 외에 다목적 운송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인기있는 차종으로 미국의 대표 완성차인 포드, 닷지, 쉐보레의 주요 라인업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일부 매니아 층과 농어촌 지역 외엔 수요가 없어 불모지에 가까운 시장이다.
그러나 최근 기아는 픽업트럭 '타스만'을 국내에 출시하며 영업일 기준 17일만에 계약건수 4000대를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타스만은 그동안 기아에서 선보인 적 없었던 정통 픽업이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정통 픽업으로 개발했다.
과거 국내에 소개됐던 승용 기반 모델과 달리, 오프로드 주행과 중량 화물 적재, 견인에 대응할 수 있는 전천후 라이프 스타일을 지원한다. 특히 SUV 기반의 파생 차종이 아닌 처음부터 픽업으로 설계된 점이 눈길을 끈다.
타스만은 가솔린 2.5 터보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출력 281마력(PS), 최대 토크 43.0kgf·m의 동력성능과 8.6km/ℓ의 복합연비를 갖췄다. 최대 3500㎏까지 끌 수 있는 견인 능력에, 견인 중량에 따라 변속 패턴을 최적화하는 ‘토우 모드’를 제공해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실내에는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 하만 카돈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폴딩 콘솔 테이블’, 듀얼 타입 무선 충전 시스템 등 다재 다능한 타스만에 걸맞은 활용성 높은 편의사양을 탑재했다.
기아 관계자는 “타스만은 정통 픽업에 걸맞은 강인한 디자인과 다재다능함은 많은 고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며 “특히 진보한 디자인과 공간 활용성, 그리고 뛰어난 범용성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이동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픽업과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KGM의 무쏘 EV는 지난달 25일 사전 계약을 시작한지 9일 만인 지난 5일 기준 계약 건수가 2500대를 넘어섰다.
무쏘 EV는 152.2kW 전륜 구동 모터와 최적의 토크 튜닝이 적용된 감속기를 통해 최고출력 207마력(ps)과 최대 토크 34.6kgf·m의 파워풀한 동력성능을 발휘하며, AWD 모델은 최고출력 413마력(ps)과 최대 토크 64.9kgf·m의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을 제공한다.
1.8톤의 토잉 능력 및 견인 시 '트레일러 스웨이 컨트롤' 기능이 활성화돼 좌우 흔들림을 최소화하고 조향을 제어해 안정적인 오프로드 주행도 즐길 수 있다.
무쏘 EV는 내구성이 뛰어나고 화재 위험성이 낮은 80.6kWh 용량의 리튬인산철(LFP)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했다.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 픽업 특유의 구조에도 일상생활에 충분한 1회 충전 주행거리 400km 및 복합 전비 42km/kwh를 달성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도 정통 SUV 브랜드인 지프의 픽업 모델 ‘뉴 글래디에이터’ 부분 변경모델을 다음달 출시한다. 글래디에이터는 기존 SUV와 달리 적재 공간이 독립돼 있어 서프보드나 카약, 다이빙 장비 등 대형 아웃도어 장비를 여유롭게 실을 수 있고, 견인 능력도 뛰어나 보트나 요트를 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엔진 성능도 강력하다. 최고 출력 284마력, 최대 토크 36㎏·m에 달하는 3.6L 펜타스타 V6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됐다. 축간 거리가 길어 견인 시에도 차체 안정성이 높은 편이고, 뒤처짐 현상을 막을 만큼 차대가 견고해 높은 수직 하중을 견디면서 요트나 트레일러, 카라반 등을 싣고 나르는 데도 무리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전 사양도 더 강화됐다. 차대를 고강도 강철 소재로 만들어 충돌 시에도 충격이 쉽게 분산되도록 했고, 사이드 커튼 에어백이 탑재돼 험한 길을 달릴 때도 탑승자의 부상 가능성을 줄여준다. 날아오는 돌 등 외부 충격에도 안전하도록 ‘코닝 고릴라 글라스’를 차체에 활용했다. 차체 내구성을 키우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밖에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후방 주차 보조 기능, 블라인드 스팟 모니터링 등 주행 과정의 안전을 위한 시스템도 다양하게 내장돼 있다.
글래디에이터는 기존 SUV와 달리 적재 공간이 독립돼 있어 서프보드나 카약, 다이빙 장비 등 대형 아웃도어 장비를 여유롭게 실을 수 있고, 견인능력도 뛰어나 보트나 요트를 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스텔란티스 코리아의 글래디에이터 운전자 A씨는 “세차, 화물차선 운행, 연비면에서 일반 승용차보다 조금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트럭 특유의 감성과 매력에 매료돼 구매했다”며 “캠핑 갈 때 편하고 도어, 천장, 앞유리도 전부 내릴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 픽업트럭, 그동안 어떻게 변화해왔나

픽업트럭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시기는 1980년대 후반부터다. 한국교통연구원(KOTI)의 ‘한국의 경제 성장과 교통모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70년에 건설된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자연스레 물류 이동량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화물 운송 수요가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자영업자의 증가도 한몫 했다. 자영업자 및 개인사업체 수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까지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지난 2013년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전국의 사업체는 총 368만 개인데, 이 중 개인사업체 비중이 81.2%로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후 회사법인이 46만개(12.4%), 회사 이외의 법인이 10만개(2.8%), 비법인 단체가 13만개(3.5%)를 각각 차지했다.
도로망의 확장과 자영업자의 증가는 픽업트럭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다. 농업, 건설, 소형, 물류업 등 여러 사업에서 픽업트럭의 필요성이 커진 것.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사이 픽업트럭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1976년 현대자동차의 포니 픽업을 시작으로 2002년 쌍용자동차의 무쏘가 출시되면서 양사는 국내 픽업 트럭시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SUV의 대중화 등으로 픽업트럭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9년 국내판매량은 4만2825대를 찍었고, 2021년 3만902대, 2022년 2만9685대로 미끄러졌고, 2023년 1만8199대를 기록하며 2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에서 몇몇 픽업트럭 신모델이 출시됐지만, 승용 스타일의 픽업트럭이 거의 없었던 점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또 SUV와 미니밴의 대중화로 픽업트럭이 대체되거나 소비자 선호도에서 밀려난 것도 문제였다.
◇픽업트럭 출시하는 완성차업계…다시 인기 끌까?
내리막세를 걷던 픽업트럭이 최근 다시 인기가 많아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업계는 ‘프리미엄 레저’ 열풍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특별한 탐험을 즐기는 프리미엄 레저 시장의 규모가 커진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2023년 기준 레저 보트 누적 등록 대수는 3만8000대를 돌파했고 카약과 프리다이빙 등 새로운 레저 관련 장비 판매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뉴 글래디에이터는 이 같은 프리미엄 레저 활동을 즐기는 고객을 위해 트렁크를 덮을 수 있는 하드톱을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했고 윈드실드는 접이식으로 만들어 각자 생활 양식에 맞게 변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차량 용도를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인기요인으로 꼽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픽업트럭은 평일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이 업무용으로 활용하기 좋고, 주말에는 캠핑 등 패밀리카로 쓸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차를 몇 대씩 굴리기 어려운 소비자들의 관심이 픽업트럭으로 몰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세제혜택’도 눈길을 끈다. 국내서는 픽업트럭이 화물차로 분류될 경우 자동차세, 개별소비세, 취등록세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화물차는 적재량에 따라 세율이 결정되는데, 1톤 이하의 경우 연간 2만8500원의 세율이 적용된다. 또 개별소비세가 면제되며, 취득세는 5%가 적용된다.
완성차 업계는 기아와 KGM의 신규 픽업트럭 모델이 시장에 ‘메기 효과’(catfish effect)를 일으킬지 주목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세단, 외제차 등 차량을 통해 자신을 나타내려는 현상이 컸다면, 이제는 남들과 동일하기보다 차별성과 다양성을 따지게 되면서 동시에 국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픽업트럭이 인기가 많아진 것”이라면서 “적어도 앞으로 2~3년간 픽업트럭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jinmh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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