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정치워치] 아베노믹스의 노림수
물가상승(inflation)을 억지로 일으키려는 이유
(1) 가격이 상승한 상품을 사고 싶습니까? (2) 가격이 하락한 상품을 사고 싶습니까?
이 질문에 합리적 소비자라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질문으로 (1) 가격이 상승할 상품을 사고 싶습니까? (2) 가격이 하락할 상품을 사고 싶습니까?
아마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부동산 구매가
그렇다. 이자를 내면서까지 빚을 내어 집을 구입하는 이유는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앞으로 가격이 상승할 부동산을 지금 사고 싶어요”라는 심리가 소비로 이어진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소비자의 심리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떠한가?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에 대한 부담이 줄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이에 따라 주택가격은 상승하고 주택가격의
상승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려고 한다. 이자를 적게 내고 가격이
상승할 주택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 금리가 하락해도 집값이 오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 가치는
급상승하였고, 수출주도형 일본 대기업들의 영업실적이 악화되자 일본 경제는 활력을 잃었다. 미국을 위협했던 경제대국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여기서 시작된다. 경기침체로 1995년 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가 되었고, 1998년부터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경제활동인구는 1999년부터 줄어들었으며 2007년부터는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일본 경제의 타격으로
일본 정부는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금리를 내려 기업의 금리 부담을 낮춰줌으로써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일본 경제는 반응하지 않았다.
금리를 낮추는데도
왜 경제가 반응하지 않는가? 55세의 나이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그
이유를 ‘디플레이션 기대(Expected Deflation)’로
보았다.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소비를 미룬다. 따라서
일본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새로운
통화정책에 의해 디플레이션 기대를 인플레이션 기대로 전환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폴 크루그먼의 주장은 양적완화 (Quantitative Easing) 정책으로 이어졌다. 장기침체의
피로감과 대기업의 경영부진, 심화되는 디플레이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자 극단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정치적
주장이 설득력을 얻은 것이다.
일본의 장기침체는
총 공급과 총 수요의 문제가 있는데, 총 공급에서는 경제활동인구의 감소와 생산성 하락, 총 수요에서는 민간소비와 민간기업의 투자 부진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총 수요가
총 공급에 비해 부족했기 때문에 총수요를 진작시키는 정책의 필요성이 정치적 설득력을 가지면서 양적완화를 중심으로 하는 아베노믹스가 탄생한 것이다.
아베노믹스
이후 7년, 일본은 연 평균 1.2%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엔저로 인해 수출 부문에서 기업의 이윤이
크게 상승했으며, 주가는 두 배로 상승했다. 경기회복에 더해
인구감소로 완전고용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국내총생산과 세수가 늘어나 재정상황이 개선경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실질임금 상승률이
0.2%, 민간소비 역시 0.4% 증가에 그치면서 임금 상승과 소비회복이 더디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비율도 2012년
35.2%에서 2018년 37.9%로 늘어났다.
그러나 양적완화의
가장 큰 목표인 디플레이션 탈출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하다. 현재 일본 경제는 1%대에 가까운 인플레이션율을 보이고 있고, 기대 인플레이션도 플러스로
전환되었다.
일본 경제의 실질적 문제는 장기침체의 심리에 소비자가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베노믹스의 성공가능성은 소비자에게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라는 심리적 전환을 일으켰다는 점에 있다.
소비자의 심리를 움직이게 한 것이다.
김동환 박사 / kdhwan8070@naver.com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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