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정치워치] 경제대국 일본의 빈곤문제

오피니언 입력 2020-12-07 09:06:53 수정 2020-12-07 09:06:53 뉴스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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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동환 교수

빈곤의 정의에는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이 존재한다. 절대적 빈곤이란, 생활 유지가 어려운, 쉽게 말해 먹고 살기 힘든 상태를 의미한다. 상대적 빈곤은 국가의 생활수준이나 문화수준을 밑도는 생활상태를 의미하는데, OECD 정의에 따르면 세대소득이 그 국가의 등가가처분소득 중앙치의 절반 수준(빈곤선)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국민생활 기초조사에 따르면 2018년 일본의 상대적 빈곤율은 15.4%. 빈곤선은 연 수입 127만엔( 1300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격적이게도 일본의 상대적 빈곤율은 선진 7개국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빈곤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직자 수가 후생노동성 통계로는 7만 명, 비정규직을 더하면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상대적 빈곤, 특히 미성년자의 빈곤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민생활기초조사에서는 17세 이하 미성년자의 빈곤율(2018) 13.5% 7명 중 1명의 미성년자가 빈곤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 절대적 빈곤에 대해서는 행정이 도움을 줘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에 비해 상대적 빈곤은 개인의 문제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곤혹스러워 하는 일본 홋카이도의 난방에 관한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매년 극심한 추위와 폭설 피해를 겪는 홋카이도에서는 자식들이 직장생활을 위해 도시로 떠나고 부모만이 시골에 남아있는 세대가 많다고 한다. 문제는 그러한 환경의 고령자들은 겨울철 하루 500( 5500)의 등유 비용에도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방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월 2만엔에서 3만엔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낮에는 이웃집에 가 있거나 공공시설에 몰려 추위를 피하는 고령자들이 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한 고령자는 오래 살아봐야 나라에 민폐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의 행정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일본에서는 생활보호 수급 자격을 갖춘 사람들 중 약 20% 정도만이 생활보호제도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일본의 제도적 문제이기도 한데, 스스로 신청해야지만 생활보호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약자는 정보력 역시 떨어질 수 있음에도 행정은 적극적으로 생활보호제도를 홍보하지 않는다. 결국, 실제 행정절차는 저소득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공명당이나 공산당 또는 NPO 단체와 연결된 사람들에게만 한정되어 버린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은 빈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일본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김동환 박사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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