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정치워치] 나이키 재팬은 왜 일본을 자극했을까
나이키 재팬이 지난 11월28일 공개한 광고 “끊임없이 자극시킨다. 자신을. 미래를.”(The Future Isn’t Waiting) [일본어 타이틀:動かしつづける。自分を。未来を] 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광고에
등장하는 재일한국인, 흑인, 학교에서의 이지메(따돌림) 대상이 된 여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괴로움과 고민을 털어 놓는다.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에 대한 시선에 “참아내야 해”,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 해”라며 자신을 달래는 3명의 여학생들에게 공통점은 축구에 대한 열정. “언젠가 누구나가
있는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올 거야.”하면서도 “하지만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라며 스스로 세상을 바꿔 나갈 것을 다짐한다. 본래 이 광고의 취지는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응원이라는데, 정작
일본 내에서는 “일본인 다수가 차별을 즐기는 듯한 내용이라 불쾌”하다든가, “일본을 경멸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많은 분석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바이어 페르소나의 관점을 지적하는 기사는 없는 듯 하다. 바이어 페르소나란, 미국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마케팅 용어로, 인구통계학의 속성정보에
더해 개인적 환경 등의 요소를 포함하는 이상적이고 핵심적인 고객을 대변하는 가상의 인물을 뜻한다. 막연한 고객을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명, 연령, 성별, 학력, 직업, 경제적 지위, 주거지(도시or지방), 취미, 성격, 온라인활동, 구매행동
등을 포함하는 가공의 인물을 상정하여 광고를 통해 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재 일본 내에서는 나이키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광고 공개 직후, 전 세계 나이키의
인터넷 판매량은 놀랍게도 전년 같은 시기 대비 31%나 증가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공개된 나이키 광고의 가장 중요한 바이어 페르소나는, 차별
대상이 되기 쉬운 18~29세의 이민자와 유색인종, 미성년자, 그리고 이들의 차별에 반대하는 시민들인 것이다. 나이키 재팬은 많은
일본인들로부터 비판 받을 각오로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갖고, 차별에 거부감을 갖는 바이어 페르소나에게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코 저렴하지는 않은 나이키 제품을
굳이 구매하는 사람들은 브랜드가 갖는 가치관과 신념의 멋스러움에 더해 동료의식에 대해서도 소비를 행한다. 나이키
재팬의 광고는 많은 일본인들의 분노를 사겠지만, 정작 나이키의 바이어 페르소나는 일본인이 아닌 것이다. 이번 나이키 광고에 대한 일본인들의 비판이 거세질수록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나이키의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소비자들은 많아질 것이다.
게다가 나이키 재팬의 광고는 일본인들만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한국 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으며, 아시아에는 일본보다 훨씬 중요한 시장인 중국이 존재한다. 바이어
페르소나가 아닌 사람들이 일본을 경멸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어찌 보면 나이키의 광고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일이 될 지 모르겠다.
김동환 박사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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