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정치워치] 파괴적 혁신

오피니언 입력 2021-02-18 08:54:24 수정 2021-02-18 08:54:24 뉴스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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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동환 박사

코로나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각 기업은 업적 부진에 괴로워하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수면하에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순식간에 업계의 리더들이 뒤바뀔지 모른다.

전기자동차(EV) 대기업 테슬라는 가정용 에어컨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정식 발표는 없으나 일론 머스크 CEO는 "가정용 에어컨 사업을 2021년 시작할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향후 사업 전개 가능성을 열어놨다.

사실 EV의 기간부품인 배터리는 예전 일본 기업들의 주된 수출 품목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대용량 배터리 개발이 난항을 겪으면서, 그 사이 일본의 한계를 극복했던 기업이 배터리에 대한 아무런 기술도 갖지 못했던 테슬라였던 것이다. 테슬라는 고도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해 기존의 전지셀을 유용하는 형태로 EV용 대용량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 즉, 테슬라 기술의 핵심은 자동차가 아닌, 전력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에 있던 것이다.

테슬라는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을 예측하고 태양광 판넬에 접속할 수 있는 가정용 축전지 시스템을 상품화 하고 있으며, 이미 일본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가 주된 에너지원이 된다면 많은 세대가 배터리와 발전설비를 갖추고 상호접속 가능한 환경이 갖춰질 것이 분명하다. 광역분산전력시스템(스마트그리드) 운용의 열쇠는 소프트웨어이며, 테슬라는 이 핵심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다. EV와 가전제품, 배터리, 태양광판넬은 전력을 매개로 상호 결부되며, 테슬라는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당연히 자동차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오게 된다. 정식발표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미국 기업 애플은 자동차 분야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EV를 상품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 디디 역시 서비스 전용 EV를 2025년까지 100만대 규모로 보급할 계획을 수립했으며, 중국의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도 자동운전 시스템을 탑재한 EV 판매에 뛰어들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IT기업들이 제조하는 EV는 이전의 자동차와는 설계 사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즉 IT서비스가 중심이고 자동차는 그 부속품일 뿐이다. 애플의 자동차는 이어폰이나 애플 워치와 마찬가지로 아이폰의 부속기기에 불과하며, 실제 제조는 외부위탁될 전망이다.

기존의 가전제품 제조사나 자동차 제조사가 예전의 기준으로 테슬라의 에어컨이나 애플의 자동차와 경쟁하는 것은 위험하다. 스마트폰은 기존의 컴퓨터와 비교할 때 성능이 확연히 떨어지지만, 부담없이 휴대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었다. 설계 사상이 다르므로 같은 기준에서 경쟁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이러한 경쟁원리를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s)'이라 부르는데, 이러한 경쟁은 한순간에 업계의 흐름을 뒤집어 놓는다. MP3의 탄생으로 소니의 워크맨이나 파나소닉의 CD플레이어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듯이 말이다.



김동환 박사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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