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국은행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죄’

오피니언 입력 2019-10-15 10:21:16 수정 2019-10-15 10:21:16 고현정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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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통위가 열린다. 성장률 2%도 안될 것이라는 경기악화 부담 때문에 또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리를 내리면 돈 빌리는 부담이 줄어들어 시중에 돈이 돌아야 하는데 돈이 돌지 않는다. 통화정책의 소위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20여년간 지속된 일본식 저금리 불황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화정책이 먹히지 않는 것은 경기 문제도 있지만 금리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스스로 훼손한 한은 탓도 적지 않다. 금리 정책은 주기성이 뚜렷해야 한다. 금리를 올리든 내리든, 명확한 방향성을 상당 기간 꾸준히 시장에 전달할 때 효과가 있다. 미국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0%대를 유지하다 지난 2016년부터 금리를 0%대에서 2%대 중반까지 3년여간 꾸준히 인상해왔다. 올들어 다시 인하로 방향을 틀었지만 경기 지표 등 명확한 근거를 들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반면 한은은 어떤가. 박근혜 정권 시절 부동산 경기 부양 눈치를 보느라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치고 저금리 기조를 질질 끌어왔다는 지적이 많다. 당시 정권이 단기 부양에 목매 ‘빚내서 집사라’라는 최경환 부총리에 발맞춰 한은의 독립성 책무를 저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정작 금리 인하가 필요할때 금리를 인하해도 효과가 없다. 지난 2016년부터는 미국이 9차례에 걸친 금리 인상에 나서고 금리 역전까지 벌어진 이때,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대 안에서만 움직이며 시장에 어떤 메시지도 전달하지 못했다.


한은은 금리의 약발이 먹히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경제를 단기적으로만 보고 쉬운 해결책을 고민 없이 가져다 써선 안된다. 결국 과거 한은의 ‘우유부단함’은 오늘날 더 악화된 경제 상황에 대응할 여력을 모두 앗아갔다.


한국은행의 미래는 금리 향방에 대한 선제적인 가이던스를 던지는, 전문적인 기관이 되는 데에 있다. 경제 상황만 진단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경제 지표가 얼마만큼 나아지면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식의 정확한 가이던스를 함께 주라는 것이다. 단순히 “지금 경제가 안 좋으니 금리를 인하하고, 나중에 경제가 좋아지는 대로 다시 인상하겠다”는 수준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은 금통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금통위원의 구성 방식부터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기재부 등의 정부 추천 인사가 금통위에 포진하는 방식으로는 독립성을 기하기 힘들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경제를 걱정하며 고민했다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독립적 통화정책 기구로서 ‘아무것도 안한 ’, 그것이 문제다. /고현정기자 go838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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