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카카오게임즈 돌풍, 개미에겐 ‘기울어진 운동장’

오피니언 입력 2020-09-02 09:07:44 수정 2020-09-02 09:07:44 김혜영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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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김혜영기자] 상반기 SK바이오팜, 하반기 카카오게임즈. 올해 IPO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두 기업은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을 IPO 시장으로 불러모았다. 저금리 기조에 부동산 규제 대책 등으로 시중의 유동 자금은 넘쳐흐르고 최근 ‘동학개미’라는 수식어와 함께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는 폭증했다. 그들에게 대어로 꼽히는 기업의 공모주 청약은 구미가 당길만한 투자처로 부상했다.

통상 공모가액은 기업의 가치보다 저렴한 가격에 책정되고 상장 이후 큰 시세차익을 안겨준다는 인식과 함께 공모주 청약이 핫한 투자처로 떠오른 셈이다. 이미, SK바이오팜 청약 당시 투자 이익에 대한 학습 효과도 상당했다. 오죽하면 ‘공모주 로또’라는 말이 생겼을까.

실제, 카카오게임즈는 청약 첫날 16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경쟁률은 427.45대 1을 기록했다. 청약을 위해 증권사 계좌로 돈을 옮기며 고객예탁금은 사상 처음 60조원을 넘어섰다. 흥행 성공을 넘어 광풍이 불었다. 통상 청약 첫날은 관망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만큼 2일 열기는 한층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청약 경쟁률을 1,000대 1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1억원의 돈을 넣어도 손에 쥘 수 있는 배정 물량은 약 8주에 불과하다. 어렵사리 공모주 배정을 받아도 물량이 적은 만큼 그에 따른 수익도 크지 않을 확률이 높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현행 제도상 청약 증거금을 많이 넣을수록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 이에 공모주를 한주라도 더 받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에 대출까지, 이른바 영혼을 끌어모으다 못해 갈아 넣었다는 이들이 상당하다. 필자 지인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된 물량은 전체 공모주의 20%인 320만주에 불과하다. 중복청약도 문제다. 결국, 돈이 많은 고액자산가들은 수십억원을 동원해 물량을 싹쓸이해갈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만, 현금 동원력이 약한 소액 개인투자자들에겐 불리하기 그지없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자칫, 평범한 개인투자자들에겐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 상대적 소외감에 끝 맛이 씁쓸하다.

여기에, 증권사들이 고객등급에 따라 공모주 청약 물량에 차이를 두는 것도 괴리를 낳고 있다. VIP 고객 유치를 위한 증권사들의 전략도 이해는 되지만, 이미 출발선이 다른 셈이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라지만,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현행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jjss12345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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