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통, 무조건 규제가 답?…‘대기업=사회악’ 프레임 빠진 정부
[서울경제TV=문다애 기자]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정부여당의 유통 대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날로 강해지고 있다. 기존 대형마트에만 적용되던 월 2회 의무휴업 규정을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면세점 등까지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골목상권에 도움보다는, 대형유통업체가 가지고 오는 집객효과만 되레 없애는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며 유통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탁상행정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1대 국회 들어 발의된 유통 규제 법안은 20건이 넘고, 이 가운데 의무휴업을 확대해야한다는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8개에 달한다. 지난 6월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개정안에는 복합쇼핑몰뿐 아니라 전문점과 백화점, 아울렛, 면세점까지 월 1~2회 강제로 문을 닫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달 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망원시장을 찾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신속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문제는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의 규제가 전통시장 상권의 부흥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유통학회 사무차장을 맡고 있는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의 지난해 12월 설문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에 갔다’고 답한 응답자는 5.8%에 불과했다. 대형마트에 가지 못하게 된 사람들은 재래시장이 아닌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 상반기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비 6% 줄었지만 온라인 매출은 17.5% 늘었다. 오프라인 수요가 고스란히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과거 ‘오프라인 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대 오프라인’의 경쟁 구도로 전환된 것이다.
더불어 득을 보는 소상공인은 제한적일 것이란 게 우세하다. 복합쇼핑몰의 경우 대기업이 출점과 관리만 할 뿐, 대부분 소상공인들이 입점한 형태로, 결국 이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란 지적이다. 복합쇼핑몰에 입점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규제한다면, 이 또한 차별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대형마트와 달리 백화점과 면세점은 당초 법안의 목적인 전통 시장과 판매 품목 등이 겹치지 않는데다, 백화점은 이미 월 1회 휴무를 하고 있으며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면세점과는 고객층이 겹치지도 않는다. 유통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대형 유통업체들의 집객효과를 불러와 골목 상권을 활성화 한다는 근거도 있다. 조춘한 교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복함쇼핑몰인 스타필드 하남점의 경우 출점 이후 3년간 반경 10㎞ 이내 점포의 매출액이 연평균 7.08%씩 성장했다. 특히 10㎞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방문하는 사람이 전체 방문객의 61.5%를 차지했으며 이로 인해 인근 전통시장인 덕풍시장은 5.72%, 신장시장은 6.99%의 고객 증가 효과를 봤다.
특히 대형 유통점들이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추가 규제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담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소비 패턴에 이미 하락세를 걷고 있던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그야말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 상반기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82%, 이마트는 97% 급감했으며, 결국 롯데쇼핑은 향후 5년간 전체 점포의 30%를 닫겠다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극도의 불확실한 영업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는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에 의무휴업 규제까지 이뤄진다면 경영난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여당이 규제 명분으로 내세웠던 ‘골목상권 보호 논리’가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제한 명분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옴에도, 귀를 닫고 규제만 밀어 붙인다면 결국 ‘대기업은 사회악’이라는 프레임에 갖힌 정부여당의 탁상공론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변화한 유통시장에 맞춰 골목상권과 대형유통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업계의 절박한 호소들이 잇따르고 있다./문다애기자 da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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