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면세점,‘황금알 낳는 거위’가 ‘찬밥’된 진짜 이유
[서울경제TV=문다애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면세점 사업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찬밥 신세가 됐다. 발 길이 뚝 끊겨 관광객이 사라진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은 벌써 세 번이나 유찰됐고, 경쟁입찰로는 주인을 찾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초유의 상황에도 인천공항공사가 여전히 업계의 절박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가 지난 12일 마감한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 6개 구역의 재입찰은 참가업체 수 부족으로 또 다시 유찰됐다. 입찰이 이뤄지려면 한 구역에 두 곳 이상의 업체가 참여해야 하는데 대기업 한곳과 중견기업 한 곳만 신청했다. 이번에 벌써 세 번째 유찰이다. 지난달 입찰 때도 6개 사업권 중 5개 사업권에 각각 1곳만 참여해 경쟁 입찰이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치열했던 면세점 입찰이 연이어 유찰된 것은 인천공항 면세점 설립 이래 처음이다. 특히 인천공항은 전 세계 공항 면세점 매출 1위에 달하는 곳으로, 그 의미가 남달랐던 곳이란 점에서 사상 전례 없는 유찰 사태가 업계의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유찰 사태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물론 코로나19 사태 때문이라는 점이 가장 크지만, 업계는 인천공항공사가 여전히 면세점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는다. 인천공항공사는 직전 입찰 때와 마찬가지로 ‘임대료 인하’라는 카드를 내밀어 흥행을 노렸다. 여객 수요가 지난해의 60% 수준을 회복하기 전까지 최소보장금액 없이 매출액에 따른 영업료만을 납부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면세업계는 공항 면세점을 운영할 만큼의 조건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는 “완화된 조건이지만 매출이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에 여객 증감률에 연동해 조정되는 임대료는 월 수백억원대에 달해 여전히 큰 부담”이라며 “‘매출액 대비 몇 퍼센트’로 임차료 구조를 정해 부담을 덜어달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추가적인 완화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4월 인천공항공사의 “임대료를 인하해 줄 테니 내년도 임대료 할인을 포기하라”는 제안은 ‘조삼모사식 조항’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인천공항공사는 대기업 면세점과 중소면세점에 대한 지원을 차별하면서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업계 원성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중소·중견 면세점뿐만 아니라 대기업 면세점마저 사업을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면세 산업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렸다. 특히 시내면세점보다 손님 자체가 끊긴 공항 면세점 타격이 더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 매출은 90% 가까이 급감했다. 현재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은 이미 계약 기간이 끝난 대형 면세점들이 한 달씩 임시 영업을 이어가고 있고 일부 중소기업 면세점은 영업을 중단했다. 그나마 중국 보따리상의 회복으로 소폭 회복된 시내면세점의 수익으로 공항면세점의 적자를 메꾸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도 모른다. 세계 1위라는 명색이 무색하게 인천공항은 경쟁 입찰이 연달아 유찰됨에 따라 수의계약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염병으로 관광객이 끊기며 면세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이제라도 인천공항공사가 업계의 호소에 귀 기울여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 아닌, 거위의 생존을 도모하는 결정을 해야한다./문다애기자 da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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