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 통했나…사외이사 물갈이 나선 금융지주
금융당국, 지주 사외이사 개편 강하게 압박…거수기 역할 벗어나야
사외이사 규모·여성 비중 확대하며 소폭 변화…"중장기적 접근해야"
[서울경제TV = 이연아 기자]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은 금융사 이사회 구성에 대해 독립성과 전문성, 다양성 확대를 주문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며 현재 이사회 구성 문제를 지적하고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최근 금융권 사외이사 다수 임기가 만료되면서, 물갈이 폭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현재 금융지주들은 앞다퉈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늘리거나,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금융권 사외이사 개편 압박하고 나서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은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당시 금감원은 젠더 다양성과 규모, 전문가 다양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개편을 주문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 지주에서 사외이사 선임시 경영진 참호 구축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된 사외이사의 경영진 거수기 역할에 대한 비판과 결을 같이 한 발언이다. 금융당국의 사외이사 개편에 대한 압박은 시점까지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달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70% 이상이 임기가 만료된다.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7명 중 27명의 임기가 이번 달 끝나면서, 금융당국이 대폭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주문을 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지주 사외이사 변화 바람 부나
이달 초부터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 개편을 단행했다. 사외이사 규모를 늘리고 추가로 생긴 사외이사 자리에 여성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분위기로 변하는 흐름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달 28일 기존 6명 사외이사를 7명으로 늘리고,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각각 추천했다. 하나금융 역시 지난달 29일 사외이사 규모를 기존 8명에서 9명으로 늘리고,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규모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지만 여성 사외이사 규모를 한 명 더 늘리는 추천안을 발표했다. 따라서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송성주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가 이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 최종 선임되면, 전체 9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여성 이사가 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경쟁사와 관련된 전문가, 최고경영자, 임원 등을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하나금융그룹은 이재술 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했고, 신한금융지주는 최영권 전 우리자산운용 대표를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각 금융지주 지배구조 상황을 고려하고 이사회 전문성과 역량 강화를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융당국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경제, 경영학 분야 교수를 선호하는 기류가 강하고, 단기간 내 사외이사 개편은 어려워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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