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때문?"…현대차, 미국 31조 대규모 투자 속내는

경제·산업 입력 2025-04-19 08:00:08 수정 2025-04-19 08:00:08 진민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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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현대차 21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단행 결정
부족한 해외 생산기지 확충·미국 정치적 변수도 고려 됐을 것
전문가 "관세는 트리거일 뿐 장기적 경영전략으로 봐야"
고용감소·무역수지 약화 vs 국내 자동차 산업 성장 기회로 전망 갈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번째),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와 함께 서서 연설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미국에 대한 31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사진=백악관]

[서울경제TV=진민현 인턴기자] 현대차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총 210억 달러(한화 약 31조 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결정한 발표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종업계보다 부족했던 해외 생산기지를 확충하고, 점차 강화되고 있는 자국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적인 경영 전략이라는 것이다.

“현대차는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나란히 서서 이렇게 말했다. 현대차가 이날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결정한 데 대한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 결정이 “관세가 강력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을 향해 “만약 인·허가 문제로 어려움이 생기면 나를 찾아오라. 내가 바로 해결해 주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사진=현대차]

이 시기에 발맞춰 지난 26일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메타 플랜트’를 완공하고, 완공식을 진행했다. 메타 플랜트는 현대차가 최첨단 로봇과 AI를 접목해 기존 공장보다 2배 넘는 규모로 첨단화와 자동화가 이뤄진 공장이다. 

현대차가 이런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게 단순히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쟁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의 투자규모가 현대·기아차의 전년도 영업이익을 넘어서고 있어 단순 관세 이유만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차의 전년도 영업이익은 14조2400억 원, 기아의 전년도 영업이익은 12조6700억 원으로 두 기업의 영업이익을 합산해도(26조 9100억 원)이 투자금액(31조)에 미치지 못한다. 
 

◇ 대규모 투자 단행 이유는?

현대차가 31조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타 완성차 메이커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해외 생산기지를 확충하고자 투자를 단행했다고 분석한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최대 판매실적에 기여한 투싼 XRT.[사진=현대차]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작년 1~3분기 기준 미국 내 생산된 자동차 글로벌 생산량은 닛산 52%, 토요타 48%인데 비해 현대차는 33%로, 높은 성장세에 비해 현지 생산능력은 동종 업계보다 떨어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액 175조2312억원 △영업이익 14조2396억원 △영업이익률 8.1% 등을 기록하며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래픽=서울경제TV 진민현기자]

또 미국 내 정치적 변수가 큰 것도 원인이 됐다. 바이든 정부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가 시행되면서 자국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등 배타적인 보호 정책을 시행했다. 

트럼프 역시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관세 장벽으로 미국산 자동차에만 추가 세금 혜택을 주겠다고 선언하면서 한때 한국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이에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물론 트럼프의 관세가 트리거가 됐을 수는 있지만, 현대차가 두 정권을 모두 겪으며 미국의 요구사항을 외면하는 것보다 미국 내 현지화를 진행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번 대규모 투자는 단지 관세 때문만이 아닌 장기적 경영전략으로 봐야한다” 라고 말했다.  

 
◇ 한국의 전망은?

업계는 현대차의 미국 내 현지화가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상반된 전망을 내놨다. 공동화 생산구조로 국내 고용감소와 무역수지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과 국내 자동차 산업이 함께 성장할 기회로 보는 의견으로 갈리는 것이다. 

HMGMA 근로자 ‘메타프로(Meta Pros)’들이 아이오닉 9을 조립하고 있다.[사진=현대차]

현대차는 미국 내 생산량을 기존 70만대(현대 앨라배마 공장 36만 대, 기아 조지아 공장 34만 대) 정도에서 메타플렌트 완공 시 연간 총 120만대를 미국에서 생산할 것이라는 계획을 지난 26일 밝혔다. 작년 미국 판매량 총 170만대 중 100만대가 한국에서 생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120만대를 미국에서 생산하게 된다면, 그만큼 국내 생산량은 줄어들어 내수 침체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에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국내 생산이 저하된다기보다 파이를 넓히는 것”이라며 “미국서 증량이 된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내수 소비진작, 수출 부분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 또한 “미국에서 늘어나는 물량은 메타 플렌트 공장에서 커버를 하고, 한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이동하는 계획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1980년 일본의 해외설비 확대 성공 사례처럼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 역시 국내 자동차 산업도 함께 성장시킬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함께 내놨다. 

1980년 당시 일본은 자동차 해외설비를 늘리면서 당시 현지 언론은 해외설비 확대가 일본 자동차 산업 공동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었다. 그러나 해외 현지 생산량과 일본 내수 판매가 함께 증가하면서 80년대 초반 400만대 수준이던 일본 내수 자동차 판매량 수는 90년대 510만대로 크게 증가했다. 그 결과,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3위에 불과하던 토요타는 2008년 1위였던 GM을 제치고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에 등극했다.

학계는 한국이 일본의 성공사례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국내에서의 기초체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 내다봤다. 이 교수는 “일본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도 400만대 이상 판매되고 있지만, 현재 현대기아의 경우 내수 시장에서 164만대 정도밖에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규모에서부터 2~3배 정도 차이가 난다”며 “앞으로 내수 판매량을 더 늘릴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inmh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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