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진의 단상(斷想)] '이국종'과 중국인 의사 ‘리원량’의 슬픔
바이러스와의 혈투 '우한' 젊은 의사 '리원량'의 살신성인
"온 힘 다했지만, 등불 켜지 못해" 말, 의료엘리트 책임감 '절절'
한 사람의 목숨 건지려 부 걷어찬 응급의사 '이국종'의 좌절
정부·시민사회, 어진 의사들 값진 노력 헛되지 않게 각성해야
몰인격적인 존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처음에는 ‘우한 폐렴’이었다.
우한 주민들의 고통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 ‘우한, 짜요(힘내요)’ 동영상을 보고는, 이 글로벌 감염사태가 단지 우한 주민들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신종 코로나’로 명칭을 바꾸라는 취재 지시를 내렸다. 우한 주민, 그들이라고 죽음을 위협하는 신종 바이러스를 초대하는 그런 우를 범하고 싶었겠는가.
우한의 상황은 처절하다. 중국 방역당국, 또는 중앙 정부의 대응 잘못이 커서 이렇게 많은 사망자와 감염자가 생기고 있는 것인지, 아님 태극기 부대가 얘기하듯 ‘공산주의에 대한 저주’(?)인지는 몰라도 우한의 고통은 너무나도 크다.
그들이 사회주의 국가의 국민이든 아니든, 그냥 그들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고, 또 아시아인이 아닌가. 오죽하면 중국인과 한국인을 잘 구별 못하는 유럽에서는 한국인도 출입금지다.
‘신종 코로나’에 목숨이 경각에 달린 가족을 들처매고 병원을 찾아 목숨을 구걸하고, 생이별해 서로를 부둥켜 안고 싶어하는 의료진 가족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지켜봤다. 비정한 배척의 단어만을 말하는 한국인들에게 그들이 단지 ‘중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슬픔과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 정작 묻고 싶다. 만약, 당신 가족들이 그런 상황에 처했는데, 중국인들이 당신과 같이 말하고 있다면 당신들은 무엇을 느끼겠는지….
중국 당국의 안이한 대처를 비판하며 강력한 전염병 대처를 요청했던 젊은 의사 ‘리원량’의 죽음은 너무 안타깝다. 그는 당시 “우한에 사스 환자 7명이 발생했다”라는 글을 남겼다가 지난달 3일 경찰서에 불려가 인터넷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올렸다는 내용의 ‘훈계서’에 서명까지 해야 했다. 그는 이후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다가 신종코로나에 감염돼 4주 가까이 투병하다 지난 7일 34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의사 ‘리원량’은 아내 푸쉐제에게 “온 힘을 다했지만, 등불을 켜지는 못했습니다”라고 남겼다. 하지만, 그의 생전의 뜻을 받들어 전 세계와 의료진들은 예방법은 물론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신종코로나’ 박멸의 강력한 글로벌 전선을 펼치고 있다.
우리 시대의 고급 테크니션인 의사들의 삶은 마냥 정서적으로,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만은 않다. 연소득 수억원을 허락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 분노를 느끼며 뭉쳐 대규모 집회를 하는 이기적인 의사의 자화상과 중국 의사 ‘리원량’, 한국의 외상센터장 ‘이국종’, 참의술을 펼친 ‘바보의사 장기려’, 그리고 이태석 신부, 슈바이처 박사가 오버랩된다.
무엇보다 응급의료인인 이국종 교수가 “병원으로부터 돈(예산)을 따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고 이젠 지쳤다”는 말에 국민들은 할 말을 잃고 있다. 그는 아주대학교 병원장으로부터 “때려치워 이 XX야”라는 폭언을 들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인술’은 이렇게 자본주의 의료 상술과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인가 하는 자괴감이 드는 건 필자만의 감정인가.
사람 목숨을 살리기 위한 중국과 국내 의사들의 노력과 희생이 너무 크다. ‘인술’을 펼치느라 하나뿐인 목숨과 사회적 지위를 저버리는 진정한 ‘엘리트 의사’들의 노고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
우리 모두가 이번 사태를 겪으며 이들 어진 의사들이 목숨을 잃지 않게 하고, 크게 좌절하지 않으며 큰 인술을 펼칠 수 있도록 이 인간 사회를 바꿔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조금이나마 느꼈으면 한다. 제 2의 ‘리원량’, ‘이국종’의 좌절을 정부와 성숙한 시민사회가 먼저 막아내야 한다는 말이다. /s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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